연고전일까? 고연전일까?
매년 가을 열리는 ‘젊음의 축제’ 연고전(2009년)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학인 연세대와 고려대 학생들이 벌이는 체육대회이다. 그런데 연세대 쪽에서는 ‘연고전’이라고 부르고, 또 다른 편인 고려대에서는 ‘고연전’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제3자들은 어떻게 불러야할까? 공식적으로는 홀수 해에는 고려대가 행사를 주최하면서 ‘연고전’이라고 부르고, 짝수 해에는 그 반대로 연세대가 행사를 주최하면서 ‘고연전’이라고 부른다.
사실 정작 하고 싶은 얘기는 ‘고연전’, ‘연고전’이 아니다. 이와 똑같이 ‘북미회담’인가? ‘미북회담’인가의 문제이다. 현재 유일하게 조선일보만이 ‘미북회담’이라고 표현하고 있고, 나머지 언론매체에서는 ‘북미회담’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처럼 양자간 또는 다자간 호칭을 할 때 그 순서를 어떻게 정하는 것일까?
보통은 나를 먼저 놓고 나와 가까운 측을 다음에 놓는 것을 불문율로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가 놓이면 당연히 ‘한미회담’, ‘한중회담’ 등으로 불리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빠지는 경우에는 우리나라와 가까운 사이를 먼저 부른다. 그러고 보면 ‘미일회담’, ‘북일회담’, ‘중일회담’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은 늘 뒤에 놓이는데 그만큼 일제침략기에 대한 분노 때문에 일본과는 가까워질 수 없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다른 언론매체들이 ‘북미회담’이라고 부르는 것은 북한을 우리나라의 민족의 일부로 생각하는 점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조선일보가 굳이 ‘미북회담’이라고 호칭을 고집하는 까닭은 북한을 우리와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나라로 여기고 있거나 또는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를 더 중요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호칭문제 하나를 놓고도 부르는 사람의 정치의식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러분에게는 ‘북미회담’인가요? 아니면 ‘미북회담’인가요? 또 앞으로도 계속 일본은 뒤로만 가야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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