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오색약수터 앞은 이미 인산인해였습니다. 마라톤 출발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 마냥 많은 이들이 몰려 있었습니다. 칠흙같은 어둠을 여기저기 랜턴 불빛이 밝힙니다. 산 오르는 길은 두사람이 겨우 움직일 수 있는 폭이다보니 병목현상으로 지정체를 반복합니다.
빨리 앞으로 치고 나가고 싶은데 흐름에 떠밀려 겨우 걸음을 옮겨야하니 짜증스러웠습니다. 미리 다녀온 친구말로는 출발광경 자체가 장관이라 했는데 참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러다 문득 몸을 돌려 뒤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마치 동해바다에서 환하게 등불을 밝히고 조업하는 오징어배마냥 줄줄이 늘어선 헤드랜턴 불빛이 장관이었습니다.
아! 친구가 말한 장면이 이거였구나 싶었습니다. 앞사람 꽁무니만 보다가 뜻밖에 보게 된 풍경에 감탄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가끔은 앞만 보지말고 뒤도 돌아보야합니다. 그러면 화려했던 시절의 추억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물론 앞을 보고 힘차게 뛰어 나가야겠지만, 때때로 삶이 고단할 때 뒤돌아볼 인생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며 지혜입니다.
뒤돌아봄이 필요한 때는 또 있습니다. 새벽 3시에 출발한 산행은 그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단풍잎이 반겨주고, 무엇보다도 기기묘묘한 봉오리들 덕분에 감탄했지만 한편으로는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는 산길에서 자꾸만 앞에 나타나는 봉오리는 정말 큰 부담이었습니다.
그럴때 그동안 지나쳐온 봉오리를 쳐다보면 그래 내가 저기를 찍고 여기까지 왔지라는 뿌듯한 자부심이 힘을 줍니다.
때때로 어려움에 직면하여 사기를 잃었을 때 자신이 거쳐온 인생을 반추하며 힘을 얻는 것은 어떨까요?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합니다. 스피노자는 우리가 인생을 제대로 잘살아야하는 까닭은 우리의 뒷모습을 남은 사람들이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우리의 현재는 곧 우리의 뒷모습이 됩니다.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 추억이 될만하고 자부심이 될 수 있는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나 지쳐 있을 때 가끔 멈춰서서 지나온 날들을 추억하고 힘을 낼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함께 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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