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력쌓기

'애매모호’의 ‘애매’와 ‘모호’의 차이에 대하여

세계시민 2009. 11. 6. 10:44

‘애매모호’의 ‘애매’와 ‘모호’의 차이에 대하여

 

애매모호는 말이나 태도 따위가 희미하고 흐려 분명하지 아니할 때 쓰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애매모호를 이루는 애매와 모호는 구별해서 써야 한다고 합니다.

 

애매[曖昧]는 희미하여 분명하거나 확실하지 못한 상태인데 특히 한 개념이 다른 개념과 충분히 구별되지 못할 때 쓰입니다.

특히 문학작품에서 단어나 문장이 하나의 뜻이 아닌 복합적이고 다의적인 의미를 가질 때 애매하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말이 많다.' 라는 문장에서의 '말'이 동물인지 아니면 우리가 대화하는 말인지 분명하지 않을 때 애매한 것입니다.

 

철학에서는 어떤 말이 두 가지 이상의 뜻을 가지고 있을 때 애매하다라고 하고, 그 반대로 어떤 어휘가 한 가지 뜻으로 분명히 사용될 때 명석하다고 합니다.

 

참고로 알아둘 것이 있습니다.

애매하다가 한자어 애매[曖昧]하다가 아닌 우리말 애매하다인 경우 뜻이 ‘아무 잘못 없이 꾸중을 듣거나 벌을 받아 억울하다.’입니다. 전혀 다른 뜻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애매[曖昧]한 정책이 애매한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다면 처음 애매는 한자어로 ‘분명하지 못한’이라는 뜻이고, 뒤에 나오는 애매한은 ‘억울한’이라는 뜻입니다. 즉 풀어쓰면 ‘분명하지 못한 정책이 억울한 사람 잡는다.’가 됩니다.

 

모호하다 역시 말이나 태도가 흐리터분하여 분명하지 않을 때 씁니다. 모호한 것은 여러 뜻이 뒤섞여 있어서 정확하게 무엇을 나타내는지, 무슨 의도를 가지는지 알기 어려울 때 특히 사용합니다. 또한 그 표현의 적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계 영역"이 있을 때도 모호하다라는 말을 씁니다.

예를 들면 ‘저 사람은 엄청난 부자야!’라는 문장에서 ‘부자’가 재산이 어느 정도를 가진 사람을 뜻하는 것인지 그 경계가 모호한 것입니다.

철학 논의에서 모호한 것은 지칭하는 대상의 범위가 명확하지 못한 것이고, 반대로 어떤 어휘는 어떤 것의 범위를 특정 지을 수 있을 때 판명하다라는 표현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