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30일(수) 02시 50분 서대전-영등포 기차안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늘 새롭습니다. 그렇기에 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간 여러 차례 여행을 다녔는데 이번 여행 역시 우여곡절 끝에 떠나게 되었습니다. 당초 가족여행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집사람이 우선 본인은 한사코 이번 여행에 동행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집사람을 뺀 두 아이와 나와 셋이 떠나는 파리 여행을 생각했는데 그 역시 아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게다가 아빠보다 엄마를 의지하고 따르는 아이들도 결국 별로 여행이 내키지 않았는지 저 혼자 떠나게 되었습니다.
혼자 가게 되니 일단 휴양지는 제외했습니다. 가고 싶었던 곳은 미얀마, 이란, 이스라엘, 요르단 등이었는데 그런 곳은 일단 모객이 거의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요즘 여행경기가 살아나서 연말연시 상품들이 마감되어 이번 여행이 물거품되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운 좋게 마지막 한 자리 남은 것이 바로 이번 대만여행입니다. 22명이 출발한다고 하는데 마지막 손님이 된 셈입니다. 지난 실크로드 여행 때 처음 가보고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그런데 어젯밤까지 수업을 한데다가 워낙 성격이 미리 챙기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좀 허둥거린 측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나마 집사람이 이것저것 챙겨주어서 별 문제는 없는 것 같지만 맘이 썩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아마 살아가면서 자꾸 닮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 원래 소심했던 사람이라 나 스스로 이것 저것 걱정이 많았던게지요.
아침 7시까지 인천공항에 모이라고 하는데 대전에서 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전날 서울 처가에 가서 하루를 지내는 문제도 일이 너무 늦게 끝나 생각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폭설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는 선택을 더욱 어렵게 했습니다. 사실 폭설예보만 아니었어도 공항버스를 타고 가는 선택을 했을 것입니다.
결국 심야 기차를 타기로 했고, 집사람의 도움으로 역까지 무사히 나올 수 있었습니다. 집사람은 여간 제가 못미더운가봅니다. 촐랑거리지도 말고, 함부로 나서지도 말고, 조심해 잘 다녀오라 신신당부를 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챙겨주며 당부의 말을 잊지 않습니다. 그래도 잘 다녀오라고 기차 타는 곳까지 배웅해주는 그 맘이 고맙습니다.
기차 안은 너무 환합니다. 모두들 시간이 시간인지라 깊은 잠에 빠져있습니다. 불을 좀 줄여주면 승객들이 더 나을텐데 왜 이리 불을 밝혀놓은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폭설 대신 간간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다행이긴 하지만 못내 공항버스에 대한 미련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4시 40여분 경에 도착하는데 지하철이 다니기 전까지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을 어찌보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영등포 역사 환경이 포근할 것 같지는 않아 더 걱정입니다. 부딪쳐보는 것이지요. 그 자체가 여행일 것입니다.
이번 대만 여행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우선 대만과 중국 사이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우리 현실에서 대만과 중국 사이가 시사하는 바가 클 것입니다. 둘째는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것입니다. 치열한 나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통해 계속 가져가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에 대해 분명히 생각해야 합니다. 불혹의 나이를 맞이하는 중요한 시점이기에 인생 후반기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목표점을발견하는 일이 중요할 것입니다.
셋째는 대만과 한국 사이를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힘에 따라 달리 작동되는 외교관계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는 것인지 알아보려 합니다.
사전 준비가 거의 없는 가운데서 마주하는 대만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자못 기대가 됩니다. 아무쪼록 무사히 잘 다녀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기간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평화가 함께 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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