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칼럼

페인트칠 하듯이 독서하자!

온 독서논술 2010. 2. 5. 12:19

몇 해 전부터 DIY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그래서 DIY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습니다. DIY는 ‘Do It Yourself’의 첫글자를 딴 것입니다.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거나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지요. 이들은 직접 가구 제작을 위해서 나무를 자르고, 못박고, 다듬고, 페인트칠도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우선 기분 좋은 일입니다. 게다가 세상에 오로지 하나 뿐이라는 사실에 특별한 의미부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생산과 창조의 기쁨을 맛본다는 것이 DIY족의 큰 행복일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지요. DIY족들은 그 큰 기쁨을 맛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사실 숱한 실패 속에서 하나 하나 배워나가는 것이겠지요. 전 DIY족은 아닙니다. 그들의 열정과 여유를 부러워하는 겁쟁이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냥 버리기 아까운 책장이 있어서 그 책장을 리폼해서 쓰면 괜찮겠다 싶어서 페인트칠을 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 생각은 서둘러 일을 마쳐야겠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단번에 끝낼 욕심에 두껍게 칠했더니 페인트가 자꾸 줄줄 흘러내리고, 도막에 주름이 생기고, 광택도 나지 않고 또 건조 후에는 표면이 고르지도 못하고 여러 문제가 있었습니다. 결국 실패하고 말았지요. 뒤늦게 페인트칠은 그처럼 욕심을 내어 한번에 하려고 덤벼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페인트칠은 얇게 2~3번에 걸쳐 칠하는 것이 표면도 매끄럽고 더 튼튼하다고 합니다. 이 때 앞에 칠한 것이 다 마르기 전에 성급히 덧칠을 하면 그 역시 칠이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손끝으로 도막을 눌러서 지문이 생기지 않을 때 쯤 거듭 칠해 주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페인트칠에도 다 요령이 있습니다. 독서는 어떠할까요? 독서하는 방법 역시 페인트칠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지 않을까요? 물론 독서의 경우 상황에 따라서 그 방법은 달리 적용될 것입니다. 한 번에 한 권을 정독하는 마음으로 새기면서 읽는 것이 좋은 독서방법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많은 이들이 ‘똑바로’ 읽어라는 이름으로 이런 독서방법을 권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꼭 책 한 권 한 권을 정독해서 읽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 경우도 있습니다. 페인트칠하듯이 여러 번에 걸쳐서 읽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역사 분야의 책을 읽는다고 했을 때 처음부터 그 책내용을 완전정복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조금 편한 마음으로 우선 눈길 가는대로 한 번 읽고 다시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읽는 가운데 점차 그 책을 이해해가면 된다는 것입니다.

또 굳이 그 책 한 권을 붙잡고 씨름할 것이 아니라 같은 분야의 다른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읽게 되면 눈뭉치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즉 처음에는 아무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책을 읽기 때문에 머리에 들어오는 것이 별로 없지만, 두 번째 다른 책으로 읽을 때는 그 전에 읽었던 책이 기본 바탕이 되어 두 번째 책은 훨씬 쉽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 식으로 같은 종류의 다른 책을 읽어나가면서 점차 완성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책마다 난이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꼭 쉬운 책으로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역사분야 책의 경우 요즘 많이 나와 있는 역사만화책도 괜찮습니다. 그런 책으로 큰 흐름,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 전체적인 상황을 익히고 그리고, 점차 역사 이야기책, 역사 설명책, 주제별 논쟁을 다룬 책으로 발전해간다면 역사 분야에 대해서 결국 폭넓고 깊이있는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독이 좋으냐? 다독이 좋으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또 본인의 취향에 따라서 그 답은 매번 달라질테니 말입니다. 결국 정독, 다독이 문제가 아니라 본인이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페인트를 칠할 때 성급하게 욕심내면 오히려 일을 망치듯이 독서 역시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여러 번 읽는다는 마음으로 바라보면 새로운 길이 생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