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비정상이고, 우리는 모두 시한폭탄 같은 존재들이다."
요즘 출판계에서 ‘요나손 신드롬’을 일으킨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의 저자 요나스 요나손의 말이다.
그는 더 나아가 “삶 자체가 우연의 연속이고, 현실은 내 소설보다 훨씬 황당하다.”라고 주장한다.
이 두 문장이 요나손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은 특별하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말이다. 또한 다른 영화 속 주인공처럼 슈퍼히어로도 아니다. 오히려 어수룩해 보이고, 때로는 찌질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겉모습, 상황만 그렇지 사실은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 주인공들이 우연히 세계사적 사건의 한복판에 위치하게 되고 황당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일종의 ‘팩션(사실과 픽션이 합해진 말로,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일대기에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이야기를 꾸며낸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거기에 풍자와 유머가 버무러진 점이 특징이다.
황당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읽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책이기도 하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서는 폭탄 제조에 타고난 능력을 갖춘 시골 소년 알란 카손이 20세기 중요한 역사의 현장에 우연히 개입하여 현대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또한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는 197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실수로 제조한 원자폭탄을 손에 넣은 흑인 소녀 놈베코( 아파르트 헤이트 시대에 정부가 인종분리를 위해 흑인 거주지로 지정한 곳인 소웨토에서 다섯 살 때부터 공동변소 분뇨 수거일을 하는 이 소설의 주인공)가 스웨덴으로 가서 이 원자폭탄을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다른 쌍둥이 형제 이야기를 통해 스웨덴의 왕정과 공화정에 대한 문제를 양념으로 제기한다.
특히 이 책에서는 우리에게 가깝지는 않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스웨덴의 정치상황에 대한 풍자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배경지식이 없기에 작가의 정치 유머에 함께 맘껏 웃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낯선 상황에 대한 새로운 앎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도 하다.
작가는 또한 다음처럼 말한다.
"인류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사실이 신기하지 않은가? 세계 역사를 보면 다 비슷비슷하게 돌아가고, 인류는 전혀 학습을 못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는 어느 한 입장에서 얘기하기보다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입장을 다 보여주고 싶었다. 미국과 사회주의가 저지른 실수 같은 것은 너무 잘 알려져 있지 않나."
그의 말처럼 소설 속에서 작가는 정치 지도자들의 어리석음을 통렬히 풍자하고 있다. 한편 통쾌하면서도 진짜로 일이 그렇게 될까봐 그들에게 우리 운명을 맡겨 놓고 사는 것은 아닌지 불안할 정도다. 위로가 된다면 이것은 허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는 점일 것이다.
요나손은 현재 스웨덴 고틀란드 섬에서 일곱 살 아들과 농사짓고 닭 키우며 사는 '싱글 대디'이다. 그는 15년간 기자로 일했으며, 한 때는 직원 100명을 거느린 OTW라는 미디어 회사의 성공적인 기업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성공 뒤에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있었고 결국 병 때문에 회사를 팔아치우고 치유의 일환으로 글쓰기를 한 것이 대박을 친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살면서 쓸데없는 걱정일랑 마세요"라고 충고한다. 우리가 걱정하든 않든 기차를 놓치거나 혹은 제대로 탈 테니까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너무도 많은 걱정과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요나손의 책들이 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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