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새로운 음식을 만들 때마다
내 앞에 가져와 한 숟갈 내밀며 간을 보라한다
그러면 "음, 마침 맞구먼, 맛있네!"
그것이 요즈음 내가 터득한 정답이다
물론 .때로는 좀 간간하기고 하고 좀 싱겁기도 할 때가 없진 않지만
만일 " 좀 간간한데 할 것같으면" 하면
아내가 한 입 자셔보고나서
"뭣이 간간허요? 밥에다 자시면 딱 쓰것구만!" 하신다.
만일 "좀 삼삼헌디"하면 또 한 입 자셔보고나서
"짜면 건강에 해롭다요 싱겁게 드시시오"
하시니 할말이 없다.
내가 얼마나 멍청한고?
아내의 음식간 맞추는데 평생이 걸렸으니
정답은 "참 맛있네!" 인데
그 쉬운 것도 모르고 ...
<임보, 마누라 음식간보기>
우연히 들른 익산의 한 곰탕집 벽면에 걸려 있는 시입니다.
난 사실을 사실대로 얘기해야 발전이 있다고 믿어왔는데. 짠 걸 짜다하고 싱거운 걸 싱겁다 말도 못하며 살아야 하나? 생각도 들지만 이성이 지배하는 시대가 아닌 공감과 배려가 지배하는 시대로 차원이동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간을 봐달라고 할까? 그 속내가 진짜 간보기인지? 아니면 정성을 알아주고 그저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 맘 때문인지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할 듯 합니다.
우리 집사람이 제게 늘 하는 말 중 하나는
'으이구 저 눈치 없는 놈' 입니다.
그 말이 뭘 의미하는 지 이제야 살짝 알겠습니다.
평생을 엄마한테 아내한테 얻어 먹고 사는 주제에 입만 살았지 않나 싶습니다.
단지 눈치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수고에 대한 감사로 "참 맛있네"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더 바라기는 제발 진짜 간이 딱딱 맞고, 맛있어서 "참 맛있네"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ㅎㅎ
아직도 제가 정신을 덜 차렸나봅니다.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오늘 누군가 인생을 간봐달라고 하면
"음, 마침 맞구먼, 딱 좋네!"
라고 말할 수 있는 지혜가 있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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