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2007여름실크로드

8월 1일 여행

온 독서논술 2009. 9. 27. 21:16

- 8월 1일 여행 -

첫 번째 여행 코스는 해발 1950m 천산천지이다. 천산산맥은 실크로드 중간에 있는 커다란 분지인 타클라마칸 사막을 가로지르는 총 2,555km의 장벽을 말한다. 그 중 만년설로 유명한 박격달봉에 위치한 고산호수인 천산천지는 백두산 천지를 연상시킨다.

 

백두산 천지를 아직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백두산 천지는 이보다 더 광대하다하니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천산천지를 오르는 길옆으로 침엽수림이 조성되어 있어서 절로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명수를 채워서 이동하려는 계산에 한없이 손님을 기다리게 하는 전기차 기사 아가씨들에게서 돈바람이 불어 닦친 중국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오르는 길 길가에 갖가지 약재며 과일을 내어놓고 파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에서도 중국의 변화는 실감되었다.

오르는 길 산 군데군데 마치 흰점을 놓은 듯한 것들이 눈에 띄었다. 나중에 보니 산에서 방목하는 양떼들이었다. 그 풍경이 마치 스위스 어느 산자락을 옮겨 놓은 듯 했다.

천산천지에는 특별한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보통 이처럼 높은 해발에서는 자라지 않는 나무인데 홀로 자라고 있으며 더욱 신기한 사실은 그 나무 위로는 결코 천지의 물이 차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유람선을 타고 천지를 한바퀴 도는데 배 선장실 안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여자 승무원과 기관사의 풍경이 참 이채롭다.

또한 위구르 민족의 화려한 전통의상을 늘어놓고 그 옷을 입고 기념촬영 할 것을 유혹하는 위구르 아가씨들의 손짓에서도 더 이상 공산주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내려오는 길 화덕에 굽고 있는 ‘랑’이 우리의 구미를 당겼다. 처음 맛보는 ‘랑’의 고소함이 우리 입맛을 사로잡는다. 그래서 나중에는 한국에 가서 ‘랑’ 장사를 하면 어떨까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여행 내내 ‘랑’은 우리에게 인기를 끌었다. 인도의 ‘란’이나 이집트의 일명 ‘걸레빵’과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맛이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6개월 이상 멀쩡하기 때문에 여행길에 오르는 사람들이나 유목민들의 중요한 식량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외에도 양꼬치를 구워 파는 사람이나 각종 약재를 파는 상인들로 어디나 활기를 띠고 있었다. 그런 역동성이 여행 내내 느껴졌다.

 

 

우루무치를 뒤로 하고 우리는 실크로드 길을 따라 투루판으로 이동했다.

양 옆으로 펼쳐진 사막.. 그 사막 양 편으로 거대한 풍력 발전소가 눈에 들어왔다. 기껏 몇 십 기 정도 본 적은 있어도 이처럼 수많은 풍력 발전기를 본 적은 없었다. 이 곳이 바람이 세게 부는 지역이라서 독일의 자본과 기술력으로 풍력 발전소가 세워졌다고 한다. 때때로 차가 넘어질 정도로 바람이 센 곳이고 그래서 고속도로 상하행선을 구간에 따라서는 몇 십 미터 벌려서 건설한 곳이라고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함께 여행 간 분은 연신 중국 영토의 광활함을 부러워하셨다. 우리가 쓸모없다고 여겼던 사막마저도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얼마든지 사용될 수 있기에 비빌 언덕이 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가는 길 변변한 고속도로 휴게소도 없었고, 그래서 화장실은 더욱 엉망일 수 밖에 없었다.

중국 여행 내내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화장실 문제인데 그러기에 더욱 화제가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긴 우리 나라도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우리나라 화장실 문화가 세계 여러 나라로 수출된다고 하니 참으로 괄목상대한 발전이다. 중국 역시 그렇게 바뀌어갈까? 그리고 그렇게 바뀌어가는 것이 진정 발전일까?

 

 

돌궐어로 ‘풍요로운 곳’을 뜻하는 투루판으로 이동을 했다. 투루판은 사방이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동서 120km, 남북 60km의 사막 속 분지 오아시스다. 우루무치에서 투루판으로 가는 길은 비스듬한 내리막길의 연속이었다. 투루판 중심부는 해면보다 60미터나 낮다고 한다. 가장 낮은 곳은 도심 한가운데의 아이딩 호인데, 수면이 해발 -154m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사해(-392m)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곳이라고 한다.

이 도시에 들어서자 정말 숨이 콱 막힐 정도로 열기가 느껴졌다. 그 뜨거운 태양빛 속에서도 웃통을 벗고 한참 건축공사에 열중하는 청년들에게서 경이로움을 느낄 정도였다.

투루판에서 첫 번째 들른 곳은 바로 실크 카펫 공장이었다. 부지런한 여공들의 손놀림에 의해 며칠 심지어는 몇 달 만에 카펫이 완성된다고 한다. 씨실, 날실을 부지런히 움직여 갖가지 문양을 만들어 내는 그 기술이 참 신기했다.

 

투루판에서 가장 흔하게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포도밭이었다. 또한 사막 중간 중간에 구멍이 뻥뻥 뚫린 건물이 한 동씩 있었는데 그 용도가 자못 궁금했다. 때때로 집 2층에 똑같은 건물이 있기도 했다. 그곳이 바로 건포도를 말리는 곳이라고 했다. 투루판에서 가장 유명한 특산품이 바로 건포도였는데 농가에는 그렇게 집집마다 그런 포도를 말리는 곳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우리 농가에서 담배 말리는 곳을 가지고 있듯이 말이다.

 

옛날 태국에서인가 받은 맛사지의 아픔이 있어서 망설였는데 발맛사지는 한결 나은 편이었다. 고등학생 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즐겁게 힘차게 발맛사지를 해주는 덕분에 피로가 많이 풀렸다. 물론 이번에도 ‘악’ 소리를 몇 차례 질렀고 덕분에 웃음바다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해가 지는 통에 우리는 여행 둘째날 밤 야시장 구경에 나섰다. 그 시간에 식사를 하는 사람으로 길거리는 붐볐다. 양꼬치 구이를 맛보았는데 그들이 맛있게 먹는 것만큼 우리 입맛에 맞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