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번 여행마다 가이드는 참 계륵 같은 존재이다. 이번 가이드는 모두 조선족이었다. 스물일곱 살의 결혼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3개월짜리 초보와 스물 세 살의 앳된 3년 경력의 청년이었다.
초보 가이드 설명이라는 것이 거의 내용 없는 것이었지만 성심을 다하는 자세와 배려는 노회한 가이드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함으로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특히 잘 살아보겠다는 그의 열망과 그 길을 위해 한국의 화장품을 수입해서 팔기도 하고, 한국 대학생을 유치하는 활동도 하려는 사업의 열정을 보며 현재 중국 젊음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형제가 72시간의 기차 여행을 통해 낯선 이곳에 와서 가이드를 할 때 그들의 두려움은 어떠했을까? 스물 세 살 가이드의 앳된 외모와 달리 그의 말투에는 그동안 삶에 대한 시련을 극복해가는 과정에서의 옹골참이 묻어 있었다. 그런 점에서 그 둘은 서로 달랐다. 두번째 가이드에게서는 어떤 단단함이 느껴졌다. 그렇기에 첫번째 가이드에서 느껴젔던 순박함이 인정이 덜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게서도 피곤한 삶 속에서도 고향에 계신 어머니께 집을 사드렸다는 앞으로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자부를 느낄 수 있었다.
*** 6인의 단출한 여행객이다 보니 우리나라의 12인승 승합차가 차량으로 제공되었다. 50여 살 먹은 맘 좋게 생긴 중국 기사가 운전을 하는 차였다. 처음 타보는 작은 차량이라 불안함도 컸고, 불편함도 적지 않았다. 에어컨은 힘이 너무도 약했고, 짐 실을 칸이 부족한 것도 문제였다. 마이크 시설이 되어 있지 않아서 가이드가 하는 얘기를 뒷자리에서는 거의 들을 수 없었다. 가이드 얘기가 별로 들을 게 없었다는 사실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게다가 운전기사 핸드폰은 계속 울려대며 운전기사는 운전하랴? 전화하랴? 북새통을 이뤄 승객을 불안하게 하더니 좀 핸드폰이 잠잠하다 싶으니 이제 운전사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다. 우리는 덕분에 제대로 눈 붙이지 못하고 계속 불안에 떨어야 했다.
운전사의 눈꺼풀이 싱싱해질 무렵에는 추월이라는 또 다른 적이 도사리고 있었다. 고속도로가 2차선인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앞에서 차가 달려오는데도 막무가내로 추월을 감행하는 그 야만적 용기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결국 몇 번 가이드를 통해 주의를 준 끝에 조금은 순한 양이 되었다.
비록 그렇게 차 안에서는 공포감을 주었지만 농담을 할 줄도 알고, 우리에서 스스럼없이 다가왔던 맘 좋게 생긴 푸근한 아저씨였다.
그 차에 익숙해질 무렵 돈황으로 가는 길에 새 차로 바꿔 타게 되었는데 35인승 신형 버스였다. 새차 냄새가 지독할 정도로 새버스에 운전기사는 말끔하게 생긴 멋쟁이 젊은이였다. 하지만 앞 운전기사만큼 인정은 찾아보기 힘든 그저 운전을 열심히 하는 그래서 기억에 남지 않는 밋밋한 사람이었다.
원래 그 버스는 우리 몫이 아니었다고 한다. 돈황에서 투루판까지 우리에게 배정된 승합차가 오던 중 고장을 일으키는 바람에 부랴부랴 새 차가 배정되었다는 뒷이야기를 전해 듣고 운 좋은 여행객이 되어 버렸다. 좀 더 넓은 버스에서 안정감 있게 여행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신기루를 시원스레 큰 창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들을 것이 좀 있었던 가이드의 설명도 마이크를 통해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다행이었다.
** 영화배우를 만나다..
돈황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을 때 눈길을 끈 것은 ‘좋은 놈, 나뿐 놈, 이상한 놈’ 촬영진을 열열히 환영합니다.‘라는 포스터였다. 한국 영화 촬영진이 영화 제작을 위해 그 호텔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누굴까라는 궁금증이 있었지만 늦은 밤에 도착한터라 우리는 바로 숙소로 올라갔다.
다음날 아침 일행 중 한분이 어젯밤 송강호씨와 기념촬영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면서 농담삼아 우리도 기념촬영하자 또는 촬영장에 가보자 한발 더 나아가 엑스트라로 출현하자 등 여러 얘기가 오갔다.
결국 다음날 기회를 노렸지만 다른 스텝들만 많이 보일 뿐 송강호씨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아쉬움을 접으려고 하던 찰나 호텔 바에서 다른 영화 관계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그를 발견하고 그대로 돌진. 마침내 한 컷 찍을 수 있었다. 그 약간의 흥분, 첫 경험에 그만 한국에 가져와 친구들과 나누려고 했던 맥주 두 캔이 든 봉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결국 사진값을 지불한 셈이 되었다.
과연 한국에서라면 내가 그렇게 행동했을까? 여행이 사람을 재미있게 만든다. 아니 그런 솔직함이 오히려 좋다. 좀 더 노골적으로 솔직해져도 문제가 없을텐데..
'여행이야기 > 2007여름실크로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월 8일 오전 4시 우루무치 - 인천 KE884편 비행기안.. (0) | 2009.09.27 |
---|---|
- 8월 7일 (화) 여행 (여덟째 날) - (0) | 2009.09.27 |
8월 7일 (화) 새벽 4시 4분 유원 - 우루무치 야간 열차 안 (0) | 2009.09.27 |
- 8월 6일 (월) 여행 (일곱째 날) - (0) | 2009.09.27 |
- 8월 5일 (일) 여행 (여섯째 날) - (0) | 2009.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