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2007여름실크로드

- 8월 5일 (일) 여행 (여섯째 날) -

온 독서논술 2009. 9. 27. 21:23

- 8월 5일 (일) 여행 (여섯째 날) -

 

당초 일정을 좀 바꿔서 명사산 일출을 보기로 했다. 그 덕분에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했다. 게다가 지난 밤 맛사지를 하라고 밤 12시 경에 전화를 받느라, 또 방을 잘못 알고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밤잠을 설쳐서 일어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낙타를 타고 오르는 어두컴컴한 명사산. 다시 계단을 올라 정상에 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뒤에 더 높은 봉우리가 있지 않은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명사산은 그저 어느 한 산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모래산 전체가 명사산이었던 것이고 우리는 그 중 한 봉오리에 올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걱정했던대로 동쪽 하늘에 구름이 껴서 바로 일출을 보기는 어려웠다. 기다림에 지쳐 그냥 모래 썰매를 타고 아래로 내려왔는데 아뿔싸 그 때 해는 천천히 붉은 빛을 토해내며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낙타타기 체험을 계속 이어나갔다. 지난 날 기자 피라미드에서 이미 낙타를 탔던지라 별 두려움이 없었다. 애써 옛날 대상 행렬들의 낙타타기를 느껴보려 했지만 그런 기분을 이해하기는 사실 쉽지 않았다. 그저 우리에게는 여흥일 뿐이었다.

그렇게 낙타를 타고 월아천으로 이동했다. 명사산이 맑은 날 모래소리가 마치 관현악기를 연주하는 소리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면 월아천은 명사산에서 내려본 모습이 마치 초생달 모양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월아천의 물이 마르지 않는 것도 신기한 일이고 모래바람이 불어도 월아천을 뒤덮지 않는다는 점도 기이한 일이다.

물론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현재는 인공 수로가 아래로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런 얘기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아는게 병이 되고 말았다.

이곳에서 모래썰매를 탔는데 눈 썰매 못지 않게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다만 푹푹 빠지는 모래언덕을 다시 기어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관광객들을 위해 계단을 놓아서 그나마 다행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모래언덕을 올라 또 다른 봉우리에 오르는 호기를 부려보았다.

함께 오지 못한 가족들의 이름을 모래에 새겨도 보았다.

내려오는 길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벼 수 백미터 이어진 낙타길이 장관을 이뤘다. 많게는 600여 마리 이상이 함께 이동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 다음 우리는 인근에 위치한 돈황고성으로 이동했다. 돈황고성은 일본이 영화를 찍기 위해 셋트장으로 건설한 곳으로 많은 영화를 찍은 곳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해신’도 이곳에서 촬영되었고 그래서 그들의 사진도 남아 있었다. 영화 셋트장이기 때문에 별 매력을 끌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이곳을 두고 중국, 일본간의 흥정 뒷 얘기가 재미있다. 영화를 다 찍고 난 후 일본 측에서는 중국 정부에 셋트장을 살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자 중국은 절대 돈 주고 살 수는 없다고 버티자 일본 측에서는 그러면 다 불질러 버리고 가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자 중국 측에서는 불질러 버리고 가되 환경오염 비용과 거기에서 나온 재 등을 모두 일본으로 실어갈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결국 일본은 그냥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중국이 세계 자본을 유치하면서 종속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대해 내 나라 땅에 짓는 것은 모두 내것이다라는 대륙적인 사고를 했다는 말과 함께 작은 반도국에 사는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생각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