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 (화) 새벽 4시 4분 유원 - 우루무치 야간 열차 안
잠이 깼다. 아직도 옆 침대는 비워져있다. 극성수기라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루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옆 칸에 아무도 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심 반 아쉬움 반으로 남는다. 4인 1실의 별 다섯 개짜리 관광용 침대열차. 아주 깨끗한 편이었다. 뜨거운 온수도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전원도 연결이 되어있다. 다만 무슨 검표 절차가 그리 복잡한지. 심지어는 기차표를 차에 들어와서는 다른 플라스틱 카드로 바꾸었다가 다시 내릴 때 표로 바꿔서 또 검표를 다시 한다고 한다.
이제 24시간 후면 다시 한국에 돌아간다. 또 하나의 여행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실크로드’ 만남의 길이었다. 동서양이 만나는 그 길에서 난 사람들을 만났다. 내 과거를 만났다. 깊이 있는 인생에 대한 논의는 없었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소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남에 대한 배려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금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실크로드는 결국 그 옛날부터 세계화가 어떻게 진행되었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오가고, 물자가 오가고, 거기에 문화와 종교가 오간 것이다. 그것들이 지금은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전면적으로 행해지고 있을 뿐.
그 당시에 어찌 순수한 마음만 오갔겠는가? 거기에는 탐욕도 분명히 함께 오갔을 것이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실크로드 자체가 탐욕이 아니라 원래 인간에게 있는 탐욕이 여지없이 그 길에서도 발현되었을 뿐이다. 그 탐욕 자체를 어찌 책망만 할 것인가? 그 탐욕이 동기부여가 되어 그 험난한 길을 뚫었던 것이 아니었겠는가? 결국 그 탐욕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높은 성취동기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실크로드 길에는 삶을 향한 사람들의 뜨거운 열정이 녹아 있었다. ‘카레즈’로 대표되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에서 그 어떤 악조건에서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혜와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천산 산맥 정상 설산의 눈 녹은 물을 먼 사막까지 끌어 오기 위해 지하로 물길을 만드는 그 대공사는 분명 외적의 침략을 막기 위해 쌓아올린 ‘만리장성’보다 훨씬 가치 있는 건축행위였다.
실크로드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연과 벗하며 아직도 남루하지만 순박하게 살아가는 모습과 돈을 향해 기를 쓰는 사람들의 중간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거대 중국의 모습일 것이다. 환영받지 못하는 공산당. 게다가 발전이라는 명제에서 한참 뒤처져 있는 서부내륙지역 이곳에서 현재 중국이 안고 있는 일단의 문제를 엿볼 수 있었다.
마자촌 마을에서 같이 밥을 나누는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이 왔다. 여행객에게도 기꺼이 숟가락을 내미는 그들의 마음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그 아름다움을 쑥스러움 때문에, 혹시나 하는 위생상의 문제를 걱정하는 얄팍한 마음 때문에 기꺼이 받아들이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럽다. 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동료 여행객들의 부러웠다.
16년 전 대학생 시절 중국을 처음 접하고 내뱉었던 말 ‘ china is great' 그 말은 지금도 유효했지만 그때만큼 큰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사이 중국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컸기 때문일까?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거대 중국임에는 틀림없다. 그것이 막고굴에서, 명사산에서 분명히 확인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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