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첫걸음 - 일상생활에 대한 호기심
“참~ 쉽죠, 잉~”
개그콘서트 장수코너 봉숭아학당에서 개그맨 박지선이 히트시킨 유행어이다. 이 유행어는 코감기 덕분에 나왔다고 한다. 이처럼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건지는 그녀를 글을 잘 쓰고 싶은 학생이라면 본받아야한다. 좋은 글감 역시 늘 자신의 생활 주변에서 눈에 띄기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개그맨 박지선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적기위해 항상 펜을 가지고 다녀요.”라고 한 프로그램에 나와서 밝혔다. 늘 펜을 들고 다니며 메모하는 자세야 말로 우리가 꼭 본받아야 한다. 일상에서 순간순간 글감이 떠오르면 뭐하나? 곧 잊어버리고 마는 것을. 기회가 왔는지 안 왔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보다는 기회를 아는 사람이 더 뛰어난 사람이다. 하지만 그 기회를 붙잡지 못한다면 오히려 기회가 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보다 더 못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모르면 마음이라도 편하지만, 온 기회를 놓쳤다면 그 안타까움이 얼마나 클까?
박지선은은 개그맨답게 그날 "그런데 종이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 머릿속에 기억해 두었다가 동료들과 토론한다"고 덧붙여 방송국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내 생각에 그 말은 그저 개그일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개그가 아니라면 박지선은 뛰어난 머리를 타고났음을 부모님께 감사드려야 할 것이다.
하긴 박지선이 누구인가? 개그맨으로서도 한참 인기를 얻고 있지만 “1대 100”이라는 퀴즈 프로그램에 나와서 최후의 1인에 등극한 고려대 출신의 수재가 아닌가? 그런 수재라서 머릿속에 기억을 해두는 것이 가능한 일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더 확실한 것은 정확히 메모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박지선도 펜과 함께 꼭 메모지를 챙겨 다니는 습관을 가져야할 것이다.
개그맨들만이 일상에서 소재를 발견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 생활의 불편함을 발명으로 승화시킨 사례는 참으로 많다. 우리가 음료를 마실 때 이용하는 빨대도 그런 예가 될 수 있다.
1888년, 미국 워싱턴의 한 술집에서 담배공장에서 일하는 평범한 노동자 마빈 스톤은 한 잔의 술로 고단함을 달래곤 했다.
당시 선술집에서는 위스키와 함께 밀짚을 제공했다. 술잔을 손으로 잡고 마시면 위스키의 온도가 올라가 맛이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밀짚으로 위스키를 빨아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마빈은 밀짚 특유의 향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한번 사용한 밀짚 빨대는 다시 사용할 수도 없었다.
그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밀짚을 대신할 만한 것이 없을까?" 그는 문득 밀짚 모양이 자신이 늘 만지는 종이담배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곧 생각을 실천으로 옮겼다. 늘 하던 식으로 종이를 둥글게 말아 접착제를 살짝 끝마무리를 하고 밀짚 대신 위스키를 마시니 냄새도 나지 않고 참 좋았다. 그의 빨대는 대인기였고 마빈은 한순간에 노동자에서 기업주로 대변신하였다. 마빈의 성공에는 담배와 밀짚과 빨대의 훌륭한 연결고리를 알아챘다는데 있다.
바로 그 점이다. 누구나 겪는 일상생활이지만 거기에서 깨달음을 얻는 사람이 있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있다. 그 깨달음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끝없는 호기심과 관찰에서 비롯된다. 세상의 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그저 존재하는 것일 뿐 특별한 의미가 없다. 그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 것이다. 그러나 그 산에, 물에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다보면 불현 듯 산이 산이 아니라 다른 무엇과 연결되어 새로운 발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한 통신사 광고 때문에 널리 알려지게 된 주름빨대 사연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본 요코하마에 사는 한 부인은 외아들이 병으로 입원하여 간호를 하고 있었다. 간병하는 일이 옆에서 환자를 지켜주는 일이기에 많은 시간이 남았고 그 시간은 아들의 병세에 대한 불길한 상상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다른 환자가 읽던 <머리쓰는 법>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그 책에서 감기로 누워있던 어떤 사람이 끓는 주전자의 시끄러운 뚜껑소리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다가, 생각 끝에 송곳으로 주전자의 뚜껑에 구멍을 뚫어 김을 빠지게 하여 문제를 해결했고 그 아이디어를 실용신안으로 출원하여 많은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그 이야기에서 깨달음을 얻은 부인 역시 그 때부터는 주변을 호기심에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담요는 어떻게 하면 따뜻할까?’
‘얼음주머니 밑에다 타월을 까는 게 좋을까? 안 까는 게 좋을까?’
‘체온기는 어디에다 끼워둘까?’
그 부인은 당장 자기가 하고 있는 아들의 간호에 대해서부터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떠오르는 생각은 즉시 공책에 기록했다. 걱정으로 가득 찼던 시간들이 의미 있는 시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은 우유를 빨대로 마시려고 힘들게 상반신을 일으키는 아들을 보며 누워서 마실 수 있으면 참 편할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때부터 그 고민은 계속되었고 마침내 고무대롱에서 힌트를 얻게 된다. ‘사람이 몸을 굽히지 못하니까 빨대를 굽히면 되지’
라는 역발상을 하게 된 것이다. 이제 누워서 편히 마실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노란 고무대롱은 고무냄새가 너무 많이 났으며, 비위생적이었다. 그녀의 고민은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도꼭지에 끼워져 있는 호스를 보게 되었다. 그 호스는 움직이기 쉽게 주름이 잡혀있어서 어디로든지 끌고 다닐 수가 있었다. ‘그렇지, 빨대에도 주름을 넣으면 쉽게 구부릴 수 있을 거야.’ 마침내 주름빨대가 세상에 탄생한 것이다.
이 부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그냥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차원을 넘어서 구체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뭐 눈에는 뭐 밖에 안 보인다더니’라는 속담이 있다. 바로 그것이다. 고민하는 사람에게 영감은 떠오르게 되어 있는 것이다.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 등 대하소설로 유명한 조정래 선생님이 글을 잘 쓰기 위한 비법으로 꼽은 것은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많이 읽고(多讀), 많이 생각하고(多商量), 많이 쓰는 (多作) 삼다(三多) 방법이다. 읽는데 4, 생각하는데 4, 쓰는데 2의 4-4-2 전략을 지키라고 선생님은 조언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글을 쓰는데 20% 노력이 필요하고 나머지 80%는 글을 쓰기 위한 준비를 하는데 써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글을 쓰는 모습은 과연 어떠한가? 글을 쓰기 전 들이는 노력은 1~20%도 안 되고 대부분 글을 쓰는 그 자체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책을 읽는 것도, 생각을 하는 것도 결국 일상이다. 책을 읽는 것 역시 그저 책을 읽는 것으로만 그친다면 책읽기와 글쓰기는 별개의 것이 되고 만다. 책을 읽으면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찾으려는 노력이 있을 때 글쓰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그맨 박지선은 새로운 유행어를 만들어야 한다. “글감 찾기 참~ 쉽죠,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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