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첫인상, 제목이 결정한다!
첫인상은 2~3초, 늦어도 7초안에 결정된다. 그런데 나쁜 첫인상을 주었을 경우 그 이미지를 좋게 만들려면 무려 40여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처럼 만남에서 첫인상이 갖는 의미는 절대적이다.
글을 읽을 때 우리가 처음 만나는 것은 바로 ‘제목’이다. 이 제목에 따라 글에 대한 호감도도 달라지는 것이다. 실제로 100만부 이상이 팔려 밀리언베스트셀러에 오른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 21세기북스 "도 처음 제목은 "YOU Excellent!:칭찬의 힘"이었다. 이 제목으로는 약 2만여 부를 파는데 그쳤다는 것이다. 그런데 단지 제목만 바꿔서 다시 내어 놓았는데 무려 100만 이상을 팔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목의 힘은 사업에서도 확인된다. ‘보라유통산업’이라고 하면 아마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회사명만 가지고는 도대체 무슨 회사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이 회사의 바뀐 이름은 아가방이다. 소비자들이 유아용품 업체임을 쉽게 알 수 있으며 발음이 쉬운 ‘아가방’으로 바꾼 후 이 회사는 현재 국내 유아용품 시장의 선두업체로 탈바꿈했다.
2006년 개봉되어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박물관이 살아있다’ 역시 ‘박물관의 밤(Night at the museum)’이라는 뜻의 원제를 내용에 맞춰 잘 바꾸어 크게 성공한 사례이다.
이처럼 중요한 제목을 어린이들은 어떻게 달고 있는가?
yes 24 어린이독후감대회에 [까막눈 삼디기 / 원유순 글 / 웅진] 책을 읽고 출품한 독서감상문 186편을 분석한 결과 20여 편을 제외한 88%의 작품 제목은 단지 ‘까막눈 삼디기를 읽고’였다. [내 짝꿍 최영대 / 채인선 글 / 재미마주] 책도 거의 비슷해서 참가작 176편 중 40여 편을 제외한 77%의 작품 제목은 ‘내 짝꿍 최영대를 읽고’였다.
이처럼 7~80%에 이르는 대부분 어린이들이 특별한 작품 제목을 달지 않고 그저 책제목을 그대로 쓰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더더욱 신경 써서 단 제목 하나가 눈길을 확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목을 어떻게 달아야 할 것인가? 제목을 다는 방법을 알려면 우선 제목의 쓰임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첫째, 제목은 글 내용을 대표한다. 제목을 통해 글쓴이가 말하려는 바가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경우 글의 주제가 그대로 제목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제목을 달 때 문제점은 제목이 자칫 너무 딱딱해지기 쉬워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 제목은 글을 읽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야 한다. 제목에서 뭔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제목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너무 자극적인 제목이 될 수도 있고, 책 내용과 동떨어져 결국 독자들에게 배신감을 줄 수도 있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셋째, 제목은 다른 작품과 구별해주는 역할을 한다. 마치 우리가 이름이 있어서 사람들을 쉽게 구별해 부르듯이 글 역시 제목을 통해 다른 글과 구별될 수 있는 것이다. 한 반에 이름이 같은 아이가 여럿이면 일상생활에서 누구를 불렀는지 헷갈려서 여러 에피소드를 낳는다. 그와 마찬가지로 글 제목이 같다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글 제목은 다른 글과 좀 다르게 지어야 한다.
그렇다면 글의 제목은 어떻게 다는 것이 좋을까? 도대체 좋은 제목이란 무엇일까? 사실 위에서 벌써 다 이야기했다. 제목은 쓰임에 맞게 글 내용을 대표하며, 흥미를 끌 수 있고, 다른 제목과 구별되게 지으면 된다. 그런데 이것이 말은 쉬운데 막상 제목을 지으려면 무척이나 어렵다.
결국 제목을 짓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글을 통해 자신이 말하려고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주제문 또는 중심문장을 써 놓고 그 문장을 제목에 맞게 알맞은 길이로, 흥미를 살릴 수 있도록 바꾸는 것이다. ‘박물관의 밤’이 ‘박물관이 살아있다.’로 바뀌었듯이 ‘칭찬의 힘’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로 바뀌었듯이 이처럼 주제문에 흥미를 더하는 방식으로 제목을 쓰면 되는 것이다.
글을 쓰기 전에 처음부터 제목을 달고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제목은 글을 다 쓰고 나서 글을 여러 차례 읽으며 그 글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제목을 다는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처음부터 제목을 정하고 시작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처음 제목을 정하고 그 제목에 맞춰 그 방향으로 글을 써내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이 경우에도 열린 마음을 가지고 글을 완성한 후 처음 정한 제목이 최선이었는가를 검토해보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은 [까막눈 삼디기] 독서감상문 제목 중 눈에 띄는 것들만 모아 본 것이다. 참고해보기로 하자.
① 엄삼덕 힘내! ② 미운 아기오리 삼디기 ③ 배움의 힘 ④ 희망과 용기를 주는 친구 ‘보라’
⑤ 엄삼덕과 삼디기 ⑥ 까막눈에서 벗어난 삼디기에게 ⑦ 속마음을 알아봐주는 친구 ⑧ 글자를 몰라도 할머니께 책을 읽어드린 삼디기 ⑨ 우정의 힘 까막눈 삼디기 ⑩ 엄삼덕이라고 불러주세요 ⑪ 삼덕아! 이제는 자신감을 가져. ⑫ 삼디기야 넌 100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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