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칼럼

좋은 독서감상문은 두 날개로 하늘을 난다.

온 독서논술 2009. 9. 13. 21:51

좋은 독서감상문은 두 날개로 하늘을 난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비익조(比翼鳥)를 아시나요? 비익조는 중국 숭오산(崇吾山)에 산다고 전해지는 새입니다. 암컷과 수컷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아니하면 날지 못한다는 전설상의 새이기도 합니다. 특히 당나라의 백거이가 양귀비에 대한 현종의 사랑에 대해 읊은 다음의 시에도 비익조가 나옵니다.

[7월 7일 장생전에서 / 깊은 밤 사람들 모르게 한 맹세 /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네. / 높은 하늘 넓은 땅 다할 때 있는데 / 이 한 끝없이 계속되네.]

이 시에 나오는 연리지(連理枝) 역시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맞닿아서 결이 서로 통한 것을 뜻합니다. 비익조, 연리지처럼 세상에는 둘이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온전하게 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독서감상문 역시 그 중 하나입니다. 독서감상문은 책을 읽은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자리입니다. 그러하기에 독서감상문에는 책 이야기와 책 바깥 자신의 이야기가 하나로 짝을 지어야 합니다. 그럴 때 또 하나의 온전한 글로서 독서감상문이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책 이야기만 있는 글이라면 독서감상문이 아니라 책소개글이나 줄거리라고 불러야겠지요. 또 책 이야기가 빠진 자신의 이야기만 쓴다면 그냥 수필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러므로 독서감상문이 되려면 책 이야기라는 왼쪽 날개와 자신의 이야기라는 오른쪽 날개가 함께 펼쳐져 힘찬 날갯짓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책이야기만 있으면 이미 그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그 글이 의미를 갖기 어렵습니다. 또 책 이야기가 빠지고 자신의 이야기만 있다면 그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조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특히 ‘조화’라는 말이 중요합니다. 두 날개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한쪽 날개가 지나치게 크다면 제대로 날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니 균형보다는 책 내용과 자신의 이야기가 결합하여 새로운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어린이들의 독서감상문을 보면 책이야기라는 날개가 너무 큽니다. 거기에 겨우 자신의 생각이라는 날개를 덧붙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기 생각의 날개를 더 키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제대로 읽고 자신의 경험과 연결지어 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꼭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알고 있는 다른 것들과 연결시켜보아야 합니다. 책과 책 바깥 세상을 자신이 다리가 되어 연결시키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모든 책에 대해 좋은 독서감상문을 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자신이 다리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책은 사실 따로 있습니다. 자신의 삶 크기가 커 가면서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는 책도 많아질 것입니다. 책을 많이 읽다보면 그 책이 자기 삶의 일부가 되어 더욱 커지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독서감상문을 쓸 때는 책을 중심으로 자신의 생각을 찾기 보다는 반대로 자신이 관심 많은 분야의 책을 골라서 쓰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현실에서 책을 주고 독서감상문을 쓰라고 한다면 별 수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경험과 관련된 책을 찾아 읽고 독서감상문을 작성하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최근 자신이 갯벌에 다녀왔다면 갯벌과 관련된 책을 찾아 독서감상문을 쓰게 된다면 더 쉽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모험과 관련된 재미난 영화를 보았다면 역시 모험과 관련한 책을 읽고 영화와 책을 연결해가며 이야기를 풀어간다면 독서감상문 쓰기가 한결 쉬워질 것입니다.

비익조가 암수 두 마리가 만나야 비로소 날 수 있듯이 독서감상문도 책 내용과 자신의 삶이 만날 때 비로소 완성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앞으로는 독서감상문을 쓰기 전에 자신이 읽은 책이 무엇에 관한 책인지, 어떤 내용인지를 정리해보기 바랍니다. 만약 떠오르지 않는다면 자신의 독서감상문을 쓸 준비가 되지 않은 것입니다. 책을 다시 정독해야 할 것입니다. 가지런히 정리가 된다면 그 다음 그 책과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를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역시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그 책은 독서감상문 쓰기를 포기하는 것이 낫습니다. 꼭 독서감상문을 써야 하는 입장이라면 다른 책을 찾아 처음부터 순서를 다시 밟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이야기가 있을 때 책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합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 써 보기 바랍니다. 좋은 독서감상문이 세상에 힘찬 날갯짓으로 비상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