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의 국보급 투수 출신 감독인 선동렬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2009년 8월 19일 대전 한화전에 앞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투수의 능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포수가 투수의 구위를 판단해야 하는데 생각 없이 경기한 같 같다. 뛰어난 포수라도 투수의 능력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소용없다. 내가 볼 땐 투수의 책임이 80~90% 된다고 본다."라고도 말했다.
한편 2008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국가대표 감독으로 우승을 일궈낸 김인식 한화 감독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투수의 책임이 80%이다. 투수 능력이 그것 밖에 안 되는데 던지라는 포수도 문제다."
왜 갑자기 투수, 포수 타령인가? 글짓기를 지도하는 학부모와 학생의 관계가 포수와 투수의 관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학생이 투수이며 글짓기에서 학생의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학부모라도 학생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학생의 능력이 조금 밖에 안 되는데 좋은 글을 쓰라고 한다면 그것 역시 지도하는 사람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포수의 역할은 필요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포수의 역할 역시 야구에서 중요하다. 타자의 장단점을 제대로 알고 효과적인 공략법을 투수에게 조언해야 한다. 또한 투수의 그날 컨디션에 따라 투수를 잘 조율해나가야 한다.
마찬가지이다. 지도하는 학부모가 글짓기 하는데 있어서 해야 할 일은 바로 포수의 역할이다. 어떤 글을 써야 할 때 그 글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분석하고, 관련된 정보를 수집해서 학생에게 조언해줄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타자에 대한 공부가 온전히 포수의 몫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투수 역시 타자에 대한 분석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학생 스스로가 글 주제에 대한 분석을 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학부모는 학생 스스로 분석 또는 정보 수집 능력이 부족할 때 우선은 그 역할을 대신해주는 것뿐이다. 또한 동시에 아이 스스로 그런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포수가 아무리 싸인을 내어보내도 결국 최종 투구를 하는 것은 투수이다. 포수의 뜻대로 다행히 따라와주는 경우는 참 다행스럽다. 그러나 많은 경우 마음은 포수의 뜻대로 하고 싶지만 능력이 안되거나 컨디션 난조로 실투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 역시 학부모의 조언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아이들도 있고, 아예 이해하지 못하고 제 멋대로 쓰는 경우도 있다. 또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능력이 부족해서 제대로 글을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포수와 달리 학부모는 유혹에 빠진다. 포수는 제 마음이 아무리 급해도 자신이 대신 공을 던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학부모는 어느새 학생을 밀어내고 자신이 직접 글을 쓰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어느새 학부모는 부르고 학생은 받아쓰는 앞뒤가 뒤바뀐 일들이 벌어진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물론 그 당장은 좋은 글을 써서 수상도 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학생에게는 의존성만이 길러질 것이다. 글은 내가 쓰지 않아도 학부모가 대신 써 줄 수 있는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수상의 대가는 분명 나중에 아이의 나태함과 무능력함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당장 한 경기를 잘 치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투수가 좋은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수 자체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학생이 지금 당장 글짓기 한 편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학생 스스로의 글짓기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투수가 끊임없이 투구 연습을 하는 것처럼 학생 스스로 계속적인 글짓기 연습이 필요하다. 이 때 학부모는 포수가 아닌 투수 코치가 되어 학생을 조련해야 한다. 학생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장점을 격려하고, 단점을 고쳐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각종 글짓기 대회를 앞두고 씨름하고 있을 학부모와 학생들이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은 선동렬 감독의 말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학생의 능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학부모가 학생의 능력을 판단해야 하는데 생각 없이 밀어붙이는 것 같다. 뛰어난 학부모라도 학생의 능력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소용없다. 내가 볼 땐 학생의 책임이 80~90%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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