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2009여름북유럽여행

2009년 8월 1일 (일) 새벽 4시 22분 Norlandia Otta Hotell

온 독서논술 2009. 8. 22. 21:53

2009년 8월 1일 (일) 새벽 4시 22분 Norlandia Otta Hotell (한국시각 오전 11시 22분)

 

일명 5,6,7작전이다. 다섯 시 기상, 여섯 시 식사, 일곱 시 출발. 오랜만에 듣는 얘기이다. 어제보다 한시간 반이나 빨라진 시간이다. 그래도 한국시각으로 치면 오전이기에 시차가 적응되지 않은 상태에서 큰 무리는 아니다. 게다가 밤문화가 없는 동네이다보니 할일도 없고 해서 일찍 잠을 잤더니 큰 무리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여행 셋째날이다. 밖은 아까부터 환하다. 어젯밤 잠들 때 까지도 환했는데. 완벽한 백야는 아니어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말이 조금은 실감된다.

오슬로를 출발하여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릴레함메르를 경유하여 오따에 다달았다. 오따는 8이라는 숫자라고 한다. 그 이름에는 슬픈 역사가 깃들어있다.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던 시절 이 마을의 생존자가 8명이어서 그렇게 이름붙여졌다고 한다. 흑사병이야기는 유럽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이야기이다. 흑사병과 관련된 책을 찾아봐야겠다. 그 역시 당시 세계화가 시작되며 생겨난 병이었는데 현재 세계화가 가속화되며 우리가 사스, 신종인플루엔자 등 겪게 되는 질병과 흡사한 양상이다. 유럽과 아메리카가 만나면서 유럽에는 아메리카 질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고, 반대로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유럽인들이 전파한 질병에 의해 목숨을 잃었으니 참으로 어려운 이야기이다.

 

릴레함메르는 물길 넘어 바라보는 것으로 끝났다. 그 고장을 방문하는 것도 아니고, 가까이 가서 보는 것도 아니다. 길 가다가 운전기사들 정해진 휴식시간 때문에 들르는 임시휴게소에서 그냥 물 건너 아련히 조망하는 것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릴레함메르 올림픽 시설은 거의 대부분 1회용이었다고 한다. 작은 동네에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행사를 치러야 하는데 그것을 감당하기 위해 영구적인 시설을 만드는 대신 조립식 건물을 짓고, 대형유람선을 불러들여 숙식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물론 대회 후에는 조립식 건물은 해체되고 대형유람선은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고 말이다. 많은 곳이 대회를 유치하며 만든 건물 때문에 당시에는 좋았지만 나중에는 그 유지로 골치를 앓는 것에 비하면 지혜로운 발상이라고 볼 수있다.

이제 한 분, 두 분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다.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음식도 나누고 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 것이다. 보기와는 전혀 다른 내공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고, 어르신들의 인생을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다. 여행은 이처럼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현지인들과의 만남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과 몸 부딪치며 느낄 수 없다는 것은 한계이다. 아니 나 스스로 움츠려들어서 생기는 문제이다. 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고 소통하려는 노력은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 지금 당장부터. 조금 더 당당하게. 내가 한국인이기에 영어를 잘못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모르면 묻고 또 물어야 하는 것임을 학생들에게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나 자신 스스로가 실천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