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2009여름북유럽여행

2009년 7월 31일 (토) 오후 16시 54분 송네 피오르드 구간

온 독서논술 2009. 8. 22. 21:54

2009년 7월 31일 (토) 오후 16시 54분 송네 피오르드 구간 (한국시각 오후 11시 59분)

 

벌써 하루 일정이 마무리되어간다. 송네 피오르드 구간을 열심히 달리고 있다. 때로는 왼편에 때로는 오른편에 펼쳐지는 피오르드 물빛은 빙하가 흘러 내려 녹색을 띠고 있다. 특히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풍경은 뭐라 말하기 힘들 무아지경이었다. 도연명이 보았다던 이상세상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디가 물이고, 안개인지? 길과 물이 구분이 아니되고 물에 비친 산그림자가 또다시 구분이 없는 그런 몽환적인 느낌이드는 순간이었다. 그 아름다운 풍경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다시 햇살이 나와 환해진 세상 오히려 빠져 나온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첫 감흥을 잊지 못하나 보다. 뉴질랜드 협만에서 배를 타고 나아갔던 그 감동이 잊혀지지 않아서인지 이곳 게이앙에르-헬레쉴트 구간을 배를 타고 나아간 것은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리고 인생선배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느라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점심 식사 후 졸린 눈을 비비고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써 참았다. 그러다 졸기도 하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풍광을 보기도 하고. 뭐랄까? 큰 감흥은 없지만 그냥 평안해지는 느낌. 산의 나라 답게 구불구불 올라가는 길, 내려오는 길의 아슬아슬함이 늘 함께했다. 그러다 만난 뵈이야 빙하는 새로움이었다.

다른 빙하와 달리 푸른 빛을 띠는 빙하는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떠올리게 했다. 앞으로 그 아이스크림을 보면 이곳 빙하가 자꾸 생각날 것 같다.

산의 나라이다보니 곳곳에 터널이 뚫려있다. 길이가 6~7km는 기본이고 가장 긴 터널은 무려 24km가량이라니 참으로 놀랍다. 게다가 터널은 단단한 지반 덕분으로 마감처리를 하지 않은채 모습 그대로 이어서 공포감을 주기도 한다. 공포감을 높이는데 한몫 하는 것은 조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냥 위에 불이 켜 있는 정도여서 정말 겁난다. 2차선 도로 동굴을 달리고 또 달리다보면 그 끝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우리 한들이가 어렸을 적 터널에 들어서면 늘 손을 들고 있다가 터널을 빠져 나오면 터널끝을 외치곤 했는데 이곳 노르웨이에서 그랬다면 단단히 벌을 받는 셈이 되리라. 가장 긴 터널은 무려 20여분이나 가야 한다니..

 

터널 중간에 내려 사진을 찍는 모험도 감행했다. 세계 최장 터널 구간에 서게 되다니. 더욱 놀라운 것은 우연히 여행길 심심함을 달래러 가져온 책 ‘마법의 도서관’에 바로 그 터널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온다는 점이다. 이 기막힌 우연을 어찌 설명할까? 그 책에는 또한 빙하박물관에 대해서도 나온다. 지난 바이킹 박물관에 이어 두 번째로 보는 빙하박물관에서 빙하에 대한 영상자료를 보았는데 마치 헬리콥터를 타고 가는 듯한 기분이들어 재미도 있었고, 빙하의 웅장함 속에 자연의 신비를 맛볼 수 있었다.

중간 중간 포토타임이 주어질 때마다 빙하물에 손을 담가 몸으로 그 차가움을 확인했는데 빙하박물관에는 아예 빙하 한덩어리가 놓여 있어서 빙하를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노르웨이가 재미있어졌다. 사람들과도 한결 편해져서 장난도 걸고,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질문 공세를 퍼붓기도 하고 그렇게 여행은 하루 하루 지나간다. 특히 유정이가 이번 여행에서 좋은 컨디션을 가지고 임해 한결 마음도 몸도 편하다. 나이듬이 가져다 준 선물일까? 아니면 자신이 그토록 꿈꾸었던 북유럽 여행이라 그런 것일까? 그도 아니면 유정이 말대로 인생 선배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일까? 참 평화롭다. 이 평화가 이 순간을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함께하길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