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2009여름북유럽여행

8월 3일 (월) 아침 8시 33분 야일로-오슬로 구간

온 독서논술 2009. 8. 22. 21:56

8월 3일 (월) 아침 8시 33분 야일로-오슬로 구간 (한국시각 오후 3시 38분)

 

노르웨이 여행 마지막 날이다. 사실 오늘은 특별한 일정이 없다. 그냥 이동하는 것이다. 하긴 이곳은 풍광을 즐기는 곳이라고 하지 않나? 비가 내린다. 안개가 자욱하다. 그래도 그제와 같은 풍경을 다시 허락하지는 않는다. 유정이가 벌써 갈 날이 가까워 왔다고 안타까워하는 것보면 참 신기하다.

어제는 노르웨이 제2의 도시인 베르겐을 보았다.

 

어시장에 들러 고래고기도 생전 처음 맛보았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베르겐은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였다. 바다와 어우러진 가지런히 정리된 도시의 모습이 멋졌다.

 

 

오후에는 선택관광이 있었다. 오기 전부터 옥신각신 했는데 결국 우리 둘만 제외하고 남들은 플룸열차를 탔다. 대신 우리는 그 큰 버스에 단 둘이 타고 산을 넘어 숙소로 향했다. 그런데 그 가파른 산을 넘어가는 묘미가 남달랐다.

그리고 운전기사분이 맥주를 공짜로 건네 노르웨이 맥주를 맛보는 영광을 누렸다. 물가가 너무 비싸서 고래고기고, 맥주 한 잔이고 제대로 사먹을 엄두를 못내었는데 그렇게 공짜로 맛보게 되어 더욱 기분이 좋았다. 산에서 실폭포가 흘러 내릴 수 있는 까닭은 산 위에 커다란 호수가 있었다. 또 곳곳에 폭포를 이용하여 발전하는 장치도 볼 수 있었다.

호텔은 1880년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곳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라 4층까지 짐을 운반해야 했지만 인터넷이 연결되어 오랜만에 한국의 소식도 들을 수 있었고, 밀린 일도 다행히 처리할 수 있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일들이 잘 진행될 수 있었다. 당초 글을 자세히 써보겠노라고 생각했는데 쉽지 않다. 우선 차 안에서 글을 바로바로 써야 하는데 흔들리는 차 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과 풍광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이 앞서서였다. 게다가 이번 여행은 아무 부담을 갖지 말자라고, 조바심을 갖지 말자고 맘먹은 터라 여러 걸림돌이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묘사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또 거의 대부분이 잠들었다. 아침부터.. 버스에 타면 왜들 그리 자는지. 하긴 나 역시 예전에 비하면 잠이 많이 늘었다. 애써 참으려해도 자꿈 잠이든다. 구름이 내려 앉은 산. 그리고 흩뿌리는 비. 사람을 한없이 차분하게 만든다. 나에 대해 몰두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데 자판을 두드려가면서는 생각을 병행하기 힘들다. 자꾸만 생각이 흩어진다. 생각의 파편들만 간혹 떠오를 뿐 잘 꿰이지 않는다. 내가 지금 당장 고민하여야 할 문제 역시 명료하지 못하다. 세계시민주의를 어떻게 붙잡고 살아갈 수 있을까? 전체는 아니지만 전체로서 일부분으로 내가 기여할 수 있을까? 내 삶이 그 안에서 의미있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내가 해야할 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그 일을 어떻게 규정지을 수 있는가?

 

세계시민주의란 무엇인가?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인류가 다 함께 잘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지구라는 하나의 생명체라는 인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 땅에 하나님의 정의가 실현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은 예수의 가르침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탐욕을 버리고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상생의 마음을 갖는 가운데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고, 다시 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발적인 자선을 통해서 고르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한 방식이 수업의 상황에서나 인생의 상황에서 적용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실현시키기 위한 과정 중 하나가 북유럽을 연구하는 것인데 아쉽게도 이곳 사람들을 만날 수 없다. 현지 가이드가 여행을 이끌어가는 여타의 여행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여행이라는 점이 아쉽다. 비록 이곳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하더라도 이곳에 살고 있는 한국인 가이드로부터 보다 생생한 이야기를 들를 수 있을텐데..

 

학습방법에 있어서 팀제를 과감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런 협동학습을 통해서 성과를 내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단지 함께 모여서 공부한다가 아니라 실제로 공부를 조직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한 방안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실제 직장에서 일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듣고 배워야 한다.

 

도로 따라 끝없이 물길이 펼쳐진다. 한쪽으로는 산이, 또 다른 쪽으로는 물길이 그렇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산 자락에 구름이 걸려있고.. 아! 날이 맑았더라면 물에비친 산의 모습이 참으로 장관있을텐데.. 하지만 지금 이 자체의 모습 역시 동양화의 한 폭처럼 나름 운치가 있다. 이렇게 마음껏 물을 볼 수 있어 좋다. 다만 달리는 차 안이라서 맘놓고 소리질러 내 안의 기운을 밖으로 끄집어 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오슬로까지는 114km남았다. 천안-대전 구간 정도 되는 거리인가? 고속도로가 아니라 굽이 굽이 2차선 길이기에 앞으로도 두 시간여는 더 달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