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2009여름북유럽여행

8월 4일 (화) 오전 6시 10분 QUALITY HOTEL HALMSTARD

온 독서논술 2009. 8. 22. 21:57

8월 4일 (화) 오전 6시 10분 QUALITY HOTEL HALMSTARD (한국시각 오후 1시 10분)

 

현대식 호텔이다. 3-4층 규모만 보다가 7층 객실에 묶으니 정말 높이 올라온 느낌이다. 사방이 훤하다. 숲 속에 건물이 어우러져 있다. 건물들 사이에 나무를 조금 심은 우리의 모습과는 참 다르다. 이곳은 스웨덴이다. 노르웨이를 벗어나 스웨덴 땅에 들어선 것이다. 하지만 곧 우리는 덴마크로 간다. 그리고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이처럼 이 세나라는 마치 한나라인 것처럼 그 왕래가 자유로울 뿐더라 왕도 공유하기도 하고, 신화 및 역사를 공유하는 측면도 강하다. 이들 세 나라 사이의 묘한 관계가 있을 것 같아 확인하고 싶었는데 오늘은 현지 가이드가 나올지 궁금하다.

어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줄곧 이동이었다. 풍경도 그동안 실컷 봐온 터라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게다가 비까지 계속 내려 좋은 풍경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슬로에 들러 점심을 먹고 시청 앞에서 포토타임을 가졌다.

남들은 들어가는 시청사 내부를 우리는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그 앞에 위치한 노벨평화센터도 돌아가야 할 무렵에야 겨우 발견해서 외관만 보았다. 사람들마다 보고 싶어하는 것이 다르겠짐만 그래도 여행사측에서 좀 더 배려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유일한 노벨상 수상자인 김대중 전대통령의 자취가 있을텐데 그곳을 방문하지 않는 까닭을 이해할 수 없다. 그보다도 오페라 하우스 역시 외관만 몇 번 지나가는 길에 보는 점도 아쉽다. 제일 아쉬운 것은 뭉크의 그림이 전시된 미술관 방문이 생략되어 있는 점이다. 명작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설레임은 실망으로 남아 상처가 되었다. 더더우기 미리 사전에 정보를 가지고 인솔자에게 요구라도 해보지 못한 나의 우유부단함이 더 화가 나서 나 스스로를 할퀸다. 나는 왜 손님으로서의 당당함이 없는 것일까? 내가 분명 고객으로 대접받아야 할 입장이고 그것이 권리인데 나는 왜 합당한 요구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일까? 내가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반대로 내가 서비스를 베푸는 사람입장이라면 당연히 할 일이 아닌가? 그 사람이 곤혹스러워할 것만, 힘들 것만 생각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태도일까? 설문 조사를 진행하는 항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얼굴봐서 그냥 좋게 넘어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객관적인 평가를 정확히 해야 하는 것인지? 난 아이들에게 공정한 평가를 강요한다. 아이들은 많이 곤혹스러워한다. 하지만 난 평가를 당당히 받아들여야 함을 애써 가르친다. 그런데 나 스스로는 어떠한가? 나 스스로는 평가 받기도, 평가 하기도 너무 조심스러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베르겐에서 한식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오랫동안 기다린 다음에야 입장할 수 있었고, 서빙도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반찬들은 한결 같이 짜고 입맛에 맛지 않았다. 된장국과 밥만 제대로였다. 그런데 막상 주인이 와서 손님이 몰려서 서빙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을 정중히 사과하자 모두들 불평은 다 어디로 가고 이해한다는 입장이었다. 게다가 주인이 맛있게 드셨냐고 묻자 다들 잘 먹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난 많이 황당했다. 맛없다라는 얘기를 노골적으로 할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저리 후하게 인사할 수 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나중에 물어보았다. 그러자 다들 음식이 별로였다고 한다. 그러나 면전에서 그러 수 없어서, 또 먼 타국에서 이정도면, 다시 안 볼 사람인데 굳이 나쁜말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맘으로 그리들 칭찬을 하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그런 칭찬이 그 주인에게 약이될까? 독이될까? 하는 점이다. 그 주인은 오히려 맛없다고 얘기한 손님을 입이 까탈스러운 사람으로 보지 않을까? 그렇다면 결국 그 음식점은 문을 닫아야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노리고 자신의 맘을 감추고 칭찬을 하는 것이라면 정말 무서운 일이다.

오늘 묶은 호텔은 작은 공간을 참 오밀조밀하게 잘 배치해서 맘에 든다. 무엇보다 침실에 누워서도 바깥 풍경을 내려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아쉬운 점은 도로변에 위치해서 소음도가 높다는 것이다. 야일로나 구드방겐 같은 한가진 시골이 아니니 어쩔 수 없으리라.

어제 오슬로에서 할름스타드로 달리는 구간안에서 일행이신 세무사님께 인생강의를 들었다. 특별히 회초리론이 인상적이었다. 40Kg이 넘으면 때리지 말아라는 말이 재미있다. 그 정도 몸이 컸으면 머리도 커서 모든 것을 스스로 알 수 있는 나이이기에 회초리를 대면 안된다는 것이다. 때리기전에 맞는 이유를 스스로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상과 벌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 때리고 회초리를 꼭 걸어두어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점 등 몇가지 노하우를 말씀하셨다. 청학동 어떤 훈장님의 가르침을 나름대로 소화시켜 말씀하신 것이었는데 나 역시 아이들에게 내 감정으로 혼을 내었는지 진실한 마음을 담아 혼을 내었는지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솔직히 내가 화가 나서 혼을 내는 것이기에 이론처럼 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직업탐방은 세무사의 세계에 대해 이뤄졌다. 뭔지 잘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렴풋이 그 직업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요즘 어디나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는 얘기가 쉽지 않은 세상임을 실감나게 했다. 그러고보면 나 역시 그런 최일선에 서 있는 것인데 그것을 느끼지 못하니 그 자체가 너무 신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