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등학교 6학년 큰딸 아이가 청심국제중 입학시험을 봤습니다. 일반전형 기준 91명 모집에 1600명이 응시하여 17.5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였습니다. 1단계는 서류전형으로 교사추천서, 학교생활 기록부, 자기소개서, 학습계획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그중 학습계획서는 자기주도 학습 및 계획, 봉사▪체험활동, 독서활동으로 구성됩니다. 1단계 서류전형을 통해서 우선 3배수를 뽑고 다시 2단계 면접을 통해서 최종 선발을 합니다.
2단계 면접에서는 한 명씩 5분 가량 진행되었는데 질문은 제각각 달랐다고 합니다. 기본은 1단계 서류전형 내용을 바탕으로 물었는데 예를 들면 본인의 영어 능력, 자기소개서에 기재된 특별 활동(예-기자활동), 최근 관심 있게 읽고 있는 책, 최근 시사 문제, 참가한 영어대회 주제와 내용, 학원 생활, 청심 국제중에 대해 아는 정도, 선행 학습한 내용 중 어려웠던 영역, 자신의 이기적인 면, 자신이 최근 읽고 있는 원서, 리더로서 본인의 자질, 좋아하는 과목 및 공부 방법 등 아이별로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보통 국제중을 준비하려면 초등 4학년 이전부터 시작하고, 영어는 기본이고 각종 분야에서 화려한 스펙을 쌓아야 하기에 언감생심 국제중은 꿈꾸지도 못했습니다. 우리 아이는 학교 회장, 부회장은커녕 학급 부회장도 한 번 뽑힌 적이 없었을 뿐 아니라 토익, 토셀, 펠트 등 영어인증시험도 한 번 본 적이 없기에 더더욱 청심국제중은 고려 대상이 되지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처음 자기주도학습전형이 도입되면서 응시는 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동안 오랜 시간동안 꾸준히 준비한 친구들에게는 입시제도변경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지만 우리 딸에게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준비를 많이 한 전국의 우수한 친구들이 응시를 했기에 1단계 서류전형이나 제대로 통과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컸습니다. 다행히 하나님이 허락하셔서 1단계 서류전형에 합격을 해서 2단계 면접을 치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우리 딸이 스스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공부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봤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자기소개서와 학습계획서를 써 보는 경험을 가진 것도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면접은 거의 준비하지 못했지만 최근 시사 문제에 대해서 그나마 관심을 조금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 조금 준비한 것조차도 우리 아이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지만 말입니다.
이제 며칠 후면 최종 결과가 나오는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인지라 그것이 쉽지 않네요.
자식 얘기가 너무 길었습니다. 이 시간 하고 싶은 얘기는 입시와 독서의 관계입니다. 독서가 입시에 이용되면서 즐거워야 할 독서가 강요된 독서로 전락했다며 우려하는 사람도 있고, 개인에 따라 다양해야 할 독서가 획일화 되는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독서이력을 기록하는 것이 한 개인의 사상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런 입시교육으로서 독서교육이 갖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오늘은 그저 현재 입시 상황에서 독서가 어떤 관련성을 갖는지만 딸아이의 경험을 중심으로 검토해보려 합니다.
첫째 교사추천서 항목 중 독서활동 및 독후 활동을 평가하는 항목이 있습니다. 즉 평소 교사가 보기에 그 학생의 독서활동이 어떠한지를 평가해서 쓰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학교생활에서 독서활동을 성실히 할 필요가 있음을 뜻합니다. 학교에서 보면 독서인증제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학교도서관 이용 실적에 따라 상을 주기도 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각종 독서감상문 대회가 빈번히 열립니다. 이런 활동에 아이가 적극 참가해야 합니다. 그런 활동 참가가 자연스레 독서행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이 참 이상해서 하고 싶던 것도 남이 하라고 하면 하기 싫은 청개구리 기질이 있습니다. 그 부분을 결국 어떻게 잘 극복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이왕이면 학교독서생활과 개인독서생활을 별도로 가져갈 것이 아니라 학교독서활동에 발맞춰 가는 것이 현명합니다. 학교독서생활을 기본에 두고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살린 독서활동을 추가하는 전력이 효과적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학교생활기록부에 아이의 독서활동 이력이 기록될 수 있습니다.
둘째 학습계획서를 직접 작성할 때 독서활동을 기록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청심국제중에서는 이번에 직접 학교에 와서 한 장 분량으로 자필로 쓰게 했습니다. 문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책과 그 이유를 간단히 서술하시오. 그리고 책의 주인공이나 작가가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나 활동을 동의하지 않는 이유를 쓰고 지원자가 만약 작가나 주인공이었더라면 어떻게 하였을지 쓰시오.’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바로 독서감상문 쓰기와 독서비평문 쓰기입니다. 평소에 책을 읽을 때 책을 읽는 것 외에 감상 능력과 비평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하겠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요즘 정부에서는 운영하는 독서교육지원시스템에 독후활동을 기록하여야 하는데 그 독후활동의 내용을 바로 독서감상문과 독서비평문 쓰기를 중심으로 하면 자연스레 대비할 수 있습니다.
셋째는 2단계 면접 과정에서 자신의 최근 독서 행위에 대해서 질문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글로 쓰는 것 외에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내용 이해와 감상, 비평을 당당하게 발표하는 연습도 아울러 필요합니다.
물론 이번에 실시된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치루는 과정 전체에 걸쳐 독서력이 밑바탕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런 글이 즐거워야 할 독서, 정서 체험이 중요한 독서, 인격 향상에 기여해야 할 독서를 재미없고, 강요된 독서로 전락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큽니다. 또 막무가내로 독서가 중요하다라는 식으로 갈까봐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저 자신부터 그런 지혜가 있는지 되돌아보고 입시 역시 인생을 살아가는 하나의 수단일 뿐 입시를 위해 인생을 살지는 않는다는 진리를 잊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그 점을 분명히 한다면 입시 때문에 독서가 손상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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