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칼럼

여행과 독서

온 독서논술 2011. 1. 28. 16:00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단지 그 책의 한 페이지만을 읽을 뿐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의 명언입니다. 또 아이슬란드 속담 중에는 “집에만 있는 아이는 어리석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요즘 일요일 저녁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예능 프로그램 1박2일도 여행을 떠나는 남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여행’ 그 단어는 말 자체로 설레임을 갖게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디로 여행을 떠나고 싶으신가요?

천상병 시인은 인생 그 자체를 소풍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인생 자체가 여행이라는 말과도 통합니다. 또 많은 사람들은 독서 역시 여행이라고 정의합니다. 그것은 여행이 바로 만남이기 때문에 생긴 말일 것입니다.

한비야씨는 “여행은 다른 문화, 다른 사람을 만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여행처럼 독서를 통해서도 우리는 내가 아닌 새로운 것들을 많이 만나고 결국 독서를 통해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여행과 독서는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일까요? 전 여행을 떠날 때 가장 우선 책을 챙겨듭니다. 여행 갈 곳이 정해지면 우선 그곳에 대한 책을 찾아서 사전 배경지식을 키웁니다. 유홍준 교수가 널리 퍼뜨린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에 대한 믿음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여행지에 가서 볼 책을 일부러 챙겨듭니다. 사실 여행의 대부분은 이동입니다. 그 이동 시간에 경치를 구경하기도 하고, 다른 여행자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책 읽기 좋은 시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행에 대해 분명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입니다. 누군가는 새로운 볼거리를 찾아서 떠난 이도 있을 것이고, 또 현실에서 벗어나 낯선 일상을 접하기 위해서 여행하는 이도 있을 것입니다. 분명 여행에 정답은 없을 것입니다. 책 한 권도 안 들고 떠났다 해도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게 그 사람 살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이 자리에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과 여행을 떠날 때 그 여행을 계기로 아이들이독서와 조금 더 친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른들이 다 차려 놓은 밥상에 그냥 숟가락 달랑 들고 퍼먹는 존재가 아닌 함께 밥상을 차리고, 즐길 수 있는 주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말입니다.

최근 가족들과 태국에 다녀온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여행 중 가장 맛있었던 것은 무엇이냐 물었더니 아이 입에서 나온 말은 놀랍게도 호텔방에서 밤에 먹은 컵라면이랍니다. 이해가 가면서도 별로 근사해보이지는 않는 대답이었습니다. 그 다음 가장 즐거웠던 일은 뭐냐고 물었을 때 아이는 비행기에서 게임했던 거라고 대답하더군요. 아마 부모가 그 대답을 들었다면 얼굴 표정이 좋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아이 대답이 그 여행의 전부는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또 괜히 욕심을 내었다가 즐겁게 떠난 여행을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래서 적당히 조정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우선 여행지가 선정이 되면 도서관에 아이와 함께 갑니다. 그리고 그 여행지에 대한 책을 직접 아이가 검색하고, 찾게 해서 빌리면 됩니다. 그 나라 역사에 관한 책, 지리에 관한 책, 그리고 이미 여행한 사람들의 여행기, 또 그 나라 중요 인물의 위인전, 그 나라 문학 작품 뭐든 좋습니다. 물론 이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미리 여행 계획을 세워야겠지요. 그 책들을 읽으며 아이 역시 여행을 준비하는 것이지요.

한걸음 더 나아간다면 여행 코스가 나오면 그 여행지에 대해 사전에 아이가 조사하게 하고 가이드 역할을 맡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훌륭하게 가이드 한 것에 대해 적절한 보상도 약속한다면 더 좋은 일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 역시 자신이 책을 통해서 본 것이 눈에 보일 때 더 관심을 갖고 보게 될 것입니다. 또한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아이 역시 잔소리 하지 않아도 관심을 가지고 여행에 동참할 것입니다.

가끔 여행을 함께 하는 아이들보면 버스에서 내리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냥 자리에 앉아서 닌텐도 게임이나 하겠다는 것이지요. 부모는 가이드의 설명 한 자라도 아이가 더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아이는 괜히 겉돌기나 하고 뛰어다니느라 바쁩니다. 그 까닭은 간단합니다.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리 여행 준비를 하는 동안 책을 읽는 것들이 아이의 관심을 키워줄 것입니다.

또 기회가 된다면 현지에 가서 아이가 자신이 준비한 것을 뽐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됩니다. 자신도 일일 가이드가 되어 그 현장에 대해 설명을 해내는 미션을 주어 훌륭히 수행하는 경험을 한다면 아이는 그 여행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그냥 한번 보고 온 것과 그것에 대해 자신이 설명한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단지 눈으로 보고, 만지고 하는 받아들이는 행위 보다는 그것을 자신이 말하고, 쓰는 등 표현하기 위해서 조직화 하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것으로 내면화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집에만 있는 아이보다는 여행을 떠나는 아이가 더욱 지혜로울 것입니다. 그런데 그냥 여행을 따라다니는 아이보다는 여행을 위해 책을 통해 준비하고, 자신이 직접 여행을 이끌어 가는 아이가 더욱 성숙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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