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칼럼

마침표와 독서

온 독서논술 2011. 5. 30. 10:15

문장부호 중 마침표하면 흔히 온점(.)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마침표는 온점(.)과 느낌표(!) 그리고, 물음표(?)를 통틀어 일컫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세 마침표는 제각각 역할이 다릅니다.

  우선 온점(.)은 주로 서술, 명령, 청유 등을 나타내는 문장의 끝에 씁니다. 그리고 느낌표(!)는 감탄이나 놀람, 부르짖음, 명령 등 강한 느낌을 나타낼 때에 씁니다. 끝으로 물음표(?)는 의심이나 의문을 나타낼 때에 씁니다.

  그런데 이 마침표를 가지고 어떤 신학자는 예수님의 부활을 다음처럼 설명하고 있어서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첫째는 온점입니다. 예수님의 부활로 죄는 더 이상 왕 노릇 할 수 없게 되어 죄의 문제를 해결할 길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부활은 사단과 사망에 대한 온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느낌표입니다. 우리 같은 죄인이 구원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바로 감탄을 나타내는 느낌표를 통해 부활을 고백한다는 뜻입니다.

  셋째는 물음표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현재의 과학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신비로운 현상이며,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부활은 초과학이고 하나님 수준의 역사이기 때문에 물음표임에도 불구하고 믿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마침표를 가지고 예수님의 부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퍼뜩 독서도 마침표를 가지고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독서는 온점입니다. 독서를 통해 우리는 확정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책이 있었기에 인류는 자신의 경험을 효과적으로 후세에게 전달할 수 있었고 그래서 인류 문명을 급속히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우리가 책을 읽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지식과 정보의 습득을 손꼽고 있습니다. 바로 독서가 온점이 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온점은 닫혀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전의 것을 내가 받아들이는 것으로 끝난다는 점에서 독서는 단지 온점에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둘째는 느낌표입니다. 독서는 지식과 정보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감동을 줍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웃고, 웁니다. 뭉클한 감동,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때로 분노까지 다양한 감정이 생깁니다. 그것이 바로 책을 읽는 또 다른 까닭입니다. 이러한 감동이 바로 느낌표입니다. 느낌표는 온점과 달리 책을 단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하나가 되어가는 적극적인 과정입니다. 책에 대해서 내가 반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똑같은 책을 읽어도 다른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느낌을 고스란히 글로 담으면 그것이 바로 독서감상문이 될 것입니다. 온점 독서의 결과물이 요약문, 축약문으로 책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데 비해 느낌표 독서는 책을 자신의 시각, 자신의 이야기로 다시 재구성하는 독서감상문을 쓸 수 있게 해줍니다. 강렬한 느낌이 있는 책을 읽는다면 그 역시 독서의 큰 즐거움이고 그런 경험을 어렸을 때 많이 한 아이가 결국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온점 독서보다는 느낌표 독서가 한 수 위라고 감히 주장하고 싶습니다.

  셋째는 물음표입니다. 온점 독서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고, 느낌표 독서가 자신의 감정을 덧칠해서 책을 읽는 것이라면 물음표 독서는 책과 자신과의 적극적 교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책 속에 가두어두지 않고 세상 속으로 풀어 놓는 의미가 있습니다. 물음표는 질문입니다. 질문은 곧 대답을 부릅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문제 해결을 모색할 때 새로운 창조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온점, 느낌표, 물음표 중 최상은 물음표입니다. 책은 단지 글자를 구경하는 수동적인 행위가 아닙니다. 책 내용에 대해 저자에게 끝없이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저자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묻는 것입니다. 또는 책을 읽고 나서 독서토론 등을 통해서 책을 함께 읽은 이들과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책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서 새로운 지경을 창조해내는 것입니다.

  과연 여러분은 어떤 독서를 주로 하십니까? 온점, 느낌표, 물음표. 사실 각각 모두 다 중요합니다. 꼭 필요한 것들이고요. 하지만 우리 사회가 현재 지나치게 온점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다시 느낌표 독서가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더 나아가서는 물음표 독서를 통해서 독자로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저자와 교류하고 결국에는 새로운 저자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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