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등산
만날 동네 앞 산(화봉산)만 오르다가 얼마 전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산악회를 알게 되어 함께 명산을 찾아 본격적인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충남 홍성에 있는 용봉산에 이어, 이번에는 충북 제천 월악산에 다녀왔습니다.
월악산은 영봉(최고봉, 해발 1097m) 위로 떠오르는 달이 참으로 아름답다 하여 월형산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고려 초 왕건이 고려를 창건한 후 도읍으로 개경의 송악산과 중원의 월형산이 경쟁을 했는데 그만 그 꿈이 와락 무너져 내려 와락산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 후 와락산이 자연스레 월악산으로 바뀌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특히 영봉(靈峰)이라는 명칭이 붙은 산은 북쪽에는 백두산, 남쪽에는 월악산뿐이라고 하니 월악산이 예로부터 신령스런 산으로 대접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초보자가 오르기에는 사실 너무 힘든 산이었습니다. 월악산은 이른바 ‘악’소리 난다는 우리나라 5대 악산 중 하나입니다. 악산이란 ‘산세가 거칠고 험한 산’을 뜻합니다. 공식적으로 5대 악산이 지정된 것은 없고 꼽는 사람마다 제각각 다르지만 설악산, 월악산, 치악산 등은 꼭 들어갑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남한 기준 산이 4,440개 있다고 합니다. 그 산 중에는 제가 거의 매일 찾는 215m 화봉산도 있고, 남한에서 제일 높은 1955m 한라산도 있습니다. 높이도 제각각이고 산세도 다 다릅니다. 그래서 한 시간 남짓 산책삼아 슬슬 걸어도 되는 산도 있지만, 구슬땀을 뻘뻘 흘리며 며칠을 잡아 종주를 해야 하는 산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등산이나 독서나 마찬가지 아닌가 싶습니다. 쉬운 산이 있고, 힘든 산이 있는 것처럼 책도 누구나 손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아무나 접하기는 힘든 책도 많습니다.
또한 저처럼 초보 등산가가 있는가 하면 산이 없이는 못사는 산악인들도 많습니다. 초보 등산가에게는 거의 대부분 산행이 힘듭니다. 반면 전문 산악인들에게 웬만한 산들은 그저 가벼운 나들이일 뿐입니다. 독서도 초보들은 재미난 책을 찾기도 힘들고, 책을 붙들고 가만히 앉아 읽는 것도 고역입니다. 반면 애독자들은 책이 많아서 행복하고, 오히려 어려운 책을 만나 도전하는 재미를 흠뻑 느낍니다. 그런데 전문산악인이나 애독자들 모두 처음부터 그런 능력이 있었던 것은 아닐 겁니다. 각 개인마다 차이는 있었겠지만 결국 자꾸 시도해보는 가운데 힘이 길러지고, 요령을 쌓게 되어 누리는 기쁨이 더 커지게 된 것입니다.
물론 뭣 하러 힘들게 산을 오르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고 산 근처에도 안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책과 동떨어져 사는 사람들도 우리 곁에 흔합니다.
그런데 산악인들은 말합니다. 산의 매력을 맛보게 되면 자꾸 산을 찾게 된다구요. 힘들지만 정상에 올랐을 때의 쾌감, 등산 중간 중간에 만나는 절경, 자연의 신비 이런 매력이 있기에 힘든 길 마다않고 오르고 또 오르는 것이겠지요.
독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재미가 느껴집니다. 킥킥거리며 웃는 소소한 재미로부터, 깊은 깨달음 그리고 가슴 벅찬 감동까지. 이 역시 느껴본 자만이 알 수 있습니다.
산을 다니는 것의 기쁨을 몰랐던 저였지만 이제 조금씩 알아갑니다. 그렇다면 독서의 기쁨을 모르는 분들도 접하게 된다면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산행을 처음 할 때 혼자 나선다면 그 두려움이 무척 클 것입니다. 산악회는 보통 산악대장님이 있어서 앞에서 이끌어주십니다. 적절한 산행 코스를 잡아주고, 속도를 조절해주고, 적당히 쉼과 산행을 조율해줍니다. 그처럼 독서 역시 초보자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어 손 내밀어 함께 해준다면 참 고마운 일일 것입니다. 함께 하는 산행이 즐거운 것처럼 독서도 함께 할 때 서로 격려하며 더 잘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산악회에 가입해서 정기적으로 산행을 하는 것처럼 독서모임에 가입해서 모임 일정에 따라 독서를 하는 것도 초심자들에게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산 4,400여 개를 모두 다 가볼 수 있을까요? 전 세계에는 또 얼마나 많은 산이 있을까요? 그 산을 다 오를 수는 없습니다. 책도 마찬가지로 다 읽을 수는 없습니다. 좋은 산은 여러 번 오르고 또 오릅니다. 그처럼 좋은 책은 읽고 또 읽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서 가끔 새로운 산에 도전하여 색다른 즐거움을 맛보는 것처럼 독서도 익숙한 즐거움만 고집하지 말고 때로는 색다른 도전을 할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무리한 산행이 때로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때로 자기 수준에 맞지 않는 독서, 욕심이 앞선 독서는 오히려 책과 멀어지는 부작용을 나을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 친구들에게 독서의 길로 안내할 때는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입니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이 가을, 좋은 산을 찾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독서의 계절 가을에 좋은 책을 만나 자신의 영혼을 더욱 아름답게 가꿀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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